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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과 철학

사랑은 감정인가 선택인가? – 에리히 프롬의 시선에서

이번에는 모두가 알지만 정작 모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역사적으로 사랑은 시와 문학, 종교와 예술 속에서 숭배되고 이상화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의식적 선택과 책임을 동반한 ‘기술’로 보라고 제안합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우리는 사랑이 왜 단순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결단과 헌신을 요구하는지를

함께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사랑은 감정인가 선택인가? – 에리히 프롬의 시선에서

1. 사랑의 정의·감정·욕구 — 사랑을 감정으로 볼 것인가?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단순한 감정으로 환원하는 것을 경계했다. 

감정으로서의 사랑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기쁨, 열정, 열중의 상태를 일컫는다. 

그러나 프롬에게 진정한 사랑은 “나를 들뜨게 하는 감정”을 넘어선다. 

그는 먼저 사랑을 “타인에 대한 깊은 관심과 헌신”으로 정의하며, 이는 단순한 욕구 충족의 결과가 아니다. 

감정으로만 이해한다면 사랑은 편안할 때는 사라지고, 경쟁이나 갈등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실제로 강렬한 열정이 시들면 이별과 상실의 고통만 남기기 십상이다.

프롬은 사랑을 “자유와 책임을 수반하는 의식적 태도”로 보았다. 

즉, 사랑이 단지 감정의 기복에 맡겨진다면 오히려 불안정한 애정 관계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감정적 사랑은 본능에 가까운 반응이며, 상대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때만 지속되는 일시적 상태다.

프롬은 이것을 “소유적 사랑”이라 부르며, 소유욕이 충족되지 않으면 상대를 통제하거나 떠나보내는 행태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결국 감정으로 이해된 사랑은 “사랑받는 것”에 집중되고, “사랑하는 것”의 본질을 망각하게 만든다.

 


2. 자유·책임·행위 — 사랑을 선택으로 볼 것인가?

 

진정한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라 행위와 선택이라고 프롬은 강조했다. 

그는 사랑을 “의지적 행위”로 규정하며, 매 순간 사랑을 실천하기로 결단하는 자기 결정(self-determination) 의지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즉, 우리는 상대에게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낄 때가 아니라, 느끼지 않을 때도 사랑을 선택하는 결단을 통해 관계를 유지·성장시켜야 한다.

프롬은 이를 위해 네 가지 사랑의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 관심(care)—상대의 성장과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둘째, 책임(responsibility)—상대가 필요로 할 때 나서서 도움을 주는 의무감. 

셋째, 존중(respect)—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엄성을 지켜주는 태도. 

넷째, 지식(knowledge)—상대의 내면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지적 호기심. 이 네 가지는 모두 선택과 실천의 영역이다.

감정으로 인한 사랑은 “내가 느끼는 대로” 행동하지만, 선택으로서의 사랑은 “내가 해야 할 대로” 행동한다. 

프롬은 특히 책임을 강조하며, 책임은 상대의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감정이 흐려지거나 절정이 지나도, 이 선택적 행위들이 결합하여 있을 때 사랑은 지속 가능한 힘을 갖는다.

 


3. 소유적 사랑 vs 성숙한 사랑 — 문화적 맥락과 개인 발달

 

프롬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을 소비자로 길러내듯, 사랑도 소비 대상처럼 다룬다고 보았다. 

광고와 미디어는 “이것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판타지를 제공하며, 소비재처럼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이라는 감정적 만족을 약속한다. 그러나 소비 중심의 사랑은 소유욕을 자극할 뿐,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배양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유적 사랑”은 곧 이기적 욕구 충족의 도구가 되어, 상대를 마치 상품처럼 취급하게 만든다.

반면 성숙한 사랑(mature love) 은 상대를 주체로 인정하며 자율성과 성장 가능성을 존중한다. 

프롬은 이를 “성숙한 자아(selfhood)를 가진 사랑”이라고 칭했다. 성숙한 사랑은 양쪽이 모두 독립된 인격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의 삶에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풍요로움을 더한다. 개인 발달의 관점에서 보면, 감정에만 의존한 사랑은 미성숙한 애착 형성을 초래하고, 선택과 책임을 동반한 사랑은 성숙한 애착 패턴을 만들어낸다.

 


4. 실천·인내·헌신 — 사랑의 기술로서의 선택

 

프롬이 사랑을 기술(technique)로 본 이유는, 사랑이 순간적 영감이나 감정이 아니라 노련한 실천(skill)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내(patience) 와 헌신(commitment) 이 필수적이다. 

누구나 기분 좋은 순간에 사랑을 나눌 수 있지만, 어려움이나 갈등이 닥쳤을 때도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실제로 많은 부부나 친구 관계가 감정의 기복을 견디지 못해 갈등 국면에서 이별을 택한다. 

그러나 프롬은 이런 위기 순간이야말로 사랑을 기술적으로 실천할 기회라고 보았다. 상대의 입장에서 경청(listening)하고, 

서로의 상처를 인정하며, 더 나은 소통 방식을 모색하는 관계 수선(maintenance) 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랑을 감정으로만 믿기보다는, 끊임없이 반복된 선택과 의식적 행동을 통해 키워나가는 존재로 이해하게 된다.

 

 

이번에는 사랑에 대해 공부해보았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만드는가 하면, 때로는 깊은 상실감과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이번 학습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책임과 선택의 결단으로 이해하는 통찰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이해가 우리의 감정을 더욱 건강하게 수용하고, 관계를 성숙하게 다져가는 든든한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감정에 대한 이해가 내 안의 깊은 성찰이 되고, 동시에 당신 마음속에 작은 성장의 씨앗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여정 속에서도 함께 마음을 기르고 나아가길 응원합니다.